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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줌, 술 한잔

무정한 버드나무만 변함없이

위장(韦庄)의 대성(台城)

"江雨霏霏江草齐,六朝如梦鸟空啼。jiāng yǔ fēi fēi jiāng cǎo qí ,liù cháo rú mèng niǎo kōng tí 。

无情最是台城柳,依旧烟笼十里堤。wú qíng zuì shì tái chéng liǔ ,yī jiù yān lóng shí lǐ dī 。”

보슬비 내린 강가 풀잎만 무성하고

그 세월 꿈이련가,

새소리만 공허하네.

무정한 버드나무 또 푸르고,

십리 둑길 물안개 변함없네. 

춘삼월 봄비 속에 쑥쑥 자란 풀잎 가득한 어느 숲 속의 강가다. 보슬비 물안개처럼 내리고 강가 풀잎은 그 비 속에 가지런히 누웠다.

아직 겨울 황색이 남은 버드나무 다시 싹을 피운다.

지나가는 나그네 부지불식간에 발길을 멈춘다. 저 멀리 새소리가 들려온다.

 

위장(836~910)의 대성이란 시다.

위장은 위응물의 4대 손이다. 위대한 시인의 자손 답게 뛰어난 시재를 보였다. 시험 운은 없어 나이 60이 되도록 낙방을 했다. 60세(894) 비로서 진사가 된다. 촉 왕건에 문하에 들어가 서기 노릇을 하기도 했다. 후에 왕건에게 황제에 오르도록 권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문장은 주변을 묘사해 주제를 말하지 않고 살리는 기법을 쓴다. ‘홍탁’(烘托)이라 한다.

시는 강가 사물이 보슬비 속에 새봄을 맞는 순간을 그렸다. 봄날 새로운 것을 보며 떠난 것을 그리는 것이 고려 정지상의 송인을 생각나게 한다.

새 봄을 이야기하면서 옛 것에 그리움, 지난 것의 허무함을 전한다.

말하지 않으면서 하고 픈 말을 전하는 경지다.

 

대성의 시상은 가을비, 강가의 풀잎에서 버드나무로 긴 둑의 물안개로 이어진다.

본래 버드나무는 겨울의 끝을 알리는 나무다. 겨울을 궁핍을 견뎌낸 황색의 가지에 푸른 잎의 싹을 틔우며 새봄을 알린다.

 

황색 속에 녹색의 탄생이다. 그래서 버드나무는 봄비 속에 어느새 싹을 피워 하루가 다르게 자란 강가 잡초와 다르다.

그의 푸른 싹은 겨울에 대한 배신이다. 그 배신이 황색과 함께 빗속에서 섞이며 영롱한 빛을 낸다. 새 생명이 나고, 겨울을 맞았던 이전의 영화는 덧없이 흘러가버렸다.

바로 나그네가 지나온 곳, 이제는 어제가 된 시간들이었다.

 

문뜩 맑은 새소리가 들린다. 새 봄을 반기는 소리지만 길 가던 나그네는 그 소리를 즐길 수 없다. 여전히 그 마음이 옛 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저 긴 둑을 가리는 물안개처럼 그가 보는 사물들의 초점이 흐려져 간다. 눈가에도 물안개가 맺혔기 때문이다.

 

봄은 나그네에게 참으로 잔인하고 무정하기만 하다. 위장의 시 여운에 가슴이 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