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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강물 재촉하는데 강가엔 주인없는 배만 홀로

独怜幽草涧边生, 上有黄鹂深树鸣。
dú lián yōu cǎo jiàn biān shēng, shàng yǒu huáng lí shēn shù míng 。
春潮带雨晚来急, 野渡无人舟自横。
chūn cháo dài yǔ wǎn lái jí, yě dù wú rén zhōu zì héng 。
강변 우거진 풀잎
눈길 사로잡는데
깊은 숲속 꾀꼬리
이 봄을 노래하네
봄비 우수수 내려
강물 재촉하는데
강가엔 배만 남아
저 홀로 흔들리네
© jaycalabresephotography, 출처 Unsplash

청춘은 비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그래서 조급하다. 조금이라도 빨리 무엇이든 채우려 한다.
인생의 선배들은 안다. 

아, 그럴 필요가 없단다.
한번 채워진 것은 비워지지 않는 게 인생이란다.
비우면, 상처로 남는 게 인생이란다.
서둘지 마라.
정말 좋은 것만으로 가득가득 네 인생을 채우렴.

봄의 관조关照다. 인생의 관조다. 
봄의 정경을 노래한 짧은 구절에 길고 긴 인생의 회고가 담겨 있다. 

위응물 초상 출처=바이두

위응물韦应物737~792의 '저주 서쪽 시냇가에서 '滁州西涧'다.
봄을 지켜보는 겨울의 눈이다. 
차분히 자신의 지난 봄을 돌이켜보는 눈이다.
실제 위응물은 이 시를 781년, 저 주자 사滁州刺史로 부임했던 시절 썼다고 한다.
그의 나이 만 44세, 당대로 치면 이제 인생의 완숙기에 들어선 나이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그래서 시에는 신선한 초봄 정경을 보는 농숙한 시각이 있다.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인생의 봄을 모두 보낸 이가 자연에 또다시 찾아온 봄을 보는 경탄이 있다.
가장 절묘한 게 첫 구 첫 단어다. 

独怜

怜은 슬프면서도 기쁘고, 사랑스러워 안타까운 그런 복잡한 감정이다.
그런데 独, 홀로 그렇다고 한다.
왜 그럴까?

시인이 산길을 올라 개울에 도착하니 어느새 어둑하다.
개울가 풀이 우거져 길게 자란 잎들이 늘어져 하늘하늘 흔들린다.
'아 언제 저렇게 다시 우거졌지?'
그때 시인의 얼굴에 빗방울이 툭 떨어진다. 
'아 봄이지. 산은 다시 어려졌구나'
깨달음과 함께 들리는 꾀꼬리 소리가 숲속을 채운다.
봄비로 불어난 강물 소리가 요란히 꾀꼬리 소리에 화음을 맞춘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묘한 정련情恋이 촉촉이 가슴을 적신다.
바로 자기 연민怜悯이다.
산의 모두가 다시 봄인데, 자기만 홀로 가을의 끝을 산다. 겨울로 가고 있다.
그래서 '홀로 아낀다'라는 감성이 나온다.
시인은 그 감성을 끝이 아니라 처음 던져 독자의 이목을 끈다.

감성의 완성은 역시 마지막 구다.
사람과 함께 했지만, 
이제 홀로 있는 조각배다. 

野渡无人舟自横。

언제가 내 인생의 조각배도 나 없이 저리 홀로 남겠지.

© andymont, 출처 Unsplash

시의 운보도 좋다. 2-2-3으로 뜻이 쉽게 와닿게 구성돼 있다.
涧边生, 深树鸣, 晚来急, 舟自横
태어나고 자라, 울고, 급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시상을 이끄는 움직임도 인생의 순서처럼 잘 정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