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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아픈 찬바람

孰知是死别, 且复伤其寒。
shú zhī shì sǐ bié, qiě fù shāng qí hán 。
此去必不归, 还闻劝加餐。
cǐ qù bì bú guī, hái wén quàn jiā cān 。
이제 나야 죽는다지만,
남는 그댄 어찌 이 겨울 
또다시 견디어 낼까?
다시 못 올 길 나서는 데,
"밥 한 술만 더 하세요." 
그대, 내 발목을 잡는구려.

임종을 앞둔 남편이 아내와 마지막 이별을 한다.

뼈를 애리는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다.
남편은 자신 보다 이 추운 세상 홀로 남는 아내가 더 걱정이다.
고단한 삶에 죽음의 길에 빨리 나서고 싶은데, 
그런데 이 사랑하는 여인은 어쩌나. 

아내라고 어찌 다를까?
이제 가면 다시는 못 보는 남편, 평소 못 먹였던 음식이라도 해서 보내주고 싶다. 

누가 있어 가난한 부부의 이별을 이리 처절하게 노래할까?
또 다시 두보다.
두보의 세가지 이별 가운데 '늙어가는 이의 이별' 수로별垂老别이다.
두보는 이 시를 759년 3월에 썼다고 한다. 

당시 당나라는 반란군에 맞서 겨우 승기를 잡았다가 다시 쇠퇴하고 만다.
이유는 한번 배신 당한 황제가 자신의 군대를 못믿어 총 사령관을 제대로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병은 우왕좌왕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는 아들 손자를 모두 전쟁으로 잃은 늙은이가 이제 자신이 전쟁터로 나서는 데서 시작한다.
이 늙은이가 어찌나 마르고 볼품이 없는지 옆 사람마저 안타까워 할 정도다.
시는 이렇게 늙은이를 표현하고 있다. 

幸有牙齿存, 所悲骨髓干。
xìng yǒu yá chǐ cún, suǒ bēi gǔ suǐ gàn 。
다행히 이빨은 성한데,
골수는 말라 슬프구나.

상관에게 인사를 하고 대열로 가려는데,
길에 엎드려 우는 늙은 아내가 보인다. 

세모의 겨울인데, 덜렁 겉옷만 걸쳤을 뿐이다.
'아, 내 아내는 어쩔까?'
생각을 하는데, 아내가 울음을 그치고 말을 한다. 

영감, 밥 한 술만 더 들고 가시구려.

                        슬퍼 고개를 드니 저 산이 붉다.
전쟁의 희생자들의 피가 스며든 탓이다.
다음은 두보가 그린 당대의 모습이다. 불지옥이 오히려 따뜻해 보인다.
                      

万国尽征戍, 烽火被冈峦。
wàn guó jìn zhēng shù, fēng huǒ bèi gāng luán 。
积尸草木腥, 流血川原丹。
jī shī cǎo mù xīng, liú xuè chuān yuán dān 。
何乡为乐土? 安敢尚盘桓!
hé xiāng wéi lè tǔ? ān gǎn shàng pán huán !
弃绝蓬室居, 塌然摧肺肝。
qì jué péng shì jū, tā rán cuī fèi gān 。
산봉우리마다 봉화 밝고,
들녘 시체 언덕을 이뤘네.
풀, 나무마저 비릿하구나.
피에 산과 강이 젖어 붉네.
고향이라고 어디 다를까?
아쉽다 해도 어찌 머물까?
초가산간 버리고 나서니.
와락, 가슴이 무너 지누나!

두보의 시는 참 무겁다. 가슴이 저민다.

시를 읽어 카타르시스로 감정이 해방되는 게 아니라, 짓눌린다.

투박한 시어들이 묵직한 바위처럼 감정을 짓누른다.

 

그래서 가슴 저 바닥에 연민이,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연민이 짜여 나오게 만든다.
 

곳 없는 눈물이 흐르게 된다. 

지극한 음은 소리가 없다는 경지를 절로 체험하게 한다. 

두보 역시 그렇다고 이 시에서 썼다. 

迟回竟长叹。
chí huí jìng zhǎng tàn 。
천천히 고개 돌려 긴 한숨을 쉰다.

또 다른 카타르시스, 감정의 정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