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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과 시작의 접점에 서서

吴楚东南坼, 乾坤日夜浮。
wú chǔ dōng nán chè, qián kūn rì yè fú 。
亲朋无一字, 老病有孤舟。
qīn péng wú yī zì, lǎo bìng yǒu gū zhōu 。
시작과 종말의 접점
하늘과 땅이 만나고 
해와 달이 흘러가네
접속도 안되는 이 곳
돛단배 홀로 늙은이

모든 인생에는 끝의 순간이 있다.
가족 지인과 더 이상 소통이 허락되지 않는 순간,
의식이 희미해지는 순간,
갑자기 환상처럼 눈이 맑아져
저 멀리 어린 내 모습이 보이고,
저 멀리 젊었던 어머니가, 아버지가 보인다.
손을 들어 부르려 보니, 
소리가 나지 않는다. 
늙고 병든 내가 망망대해 돛단배에 홀로 앉아 있다. 

© rucksackmag, 출처 Unsplash

두보의 '악양루에 오르다'登岳阳楼를 읽고 느낀 환상이다.
작품이 그렇게 웅장하고 깊다.
소개한 시구는 도입구와 결구를 뺀 중간 부분이다.
왜? 거두절미했을까?

이 시는 767년 두보가 57세 때 썼다. 죽기 2년 전이다.
두보의 삶이 가장 힘들 때였다.
병들고, 반신불수에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고 한다. 

본래 고난도 의식이 있어야 고난이다.
살아 있어야 힘든 것도 있다.
시 속에는 두보의 이런 심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실 이런 감성을 전하고 싶어 과감하게 의역을 했다.
시 속의 악양루는 모든 세상의 접점이다.
삶과 죽음의 두 다른 시공의 접점이다.
처음에는 점만 있는 곳, 그 점이 선이 되고, 
다른 선과 교차를 시작하는 이 곳,
바로 접점이다. 
하늘과 땅이 만든 세상의 평행선에 악양루라는 수직선이 교차를 한다.
그 위를 구름의 그림자들이 지나간다.
해와 달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乾坤日夜浮

우주의 한 공간에 서 있는 듯 환상을 주는 시구다. 

© qimono, 출처 Pixabay

그리고 여기에 재미있는 게 바로 앞 구절이다. 

吴楚东南坼

본래 뜻은 오나라, 초나라가 동남쪽이 펼쳐진다는 뜻이다.
동사 坼 chè가 재미있다. 우리말로 터질 탁이다.
두 나라가 동쪽과 남쪽에 밤송이 익어 터지듯 탁 펼쳐졌다는 의미다.
우주의 환상 속에 오나라, 초나라야 밤송이보다 적다.
이 재미있는 시구를 과감히 버리고, 

시작과 종말의 접점에서 서서

라 했다.
뒤에 이어지는 우주적 감성이 전해지길 더 바랐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친구에겐 소식도 없고'라는 뜻의 문장. 

亲朋无一字

을 접속이 허락되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 anniespratt, 출처 Unsplash

개인적으로 가족을 잃었다. 어린 동생이었다.
지금도 가끔 동생의 카카오톡에 글을 남긴다. 동생이 하늘에서라도 봤으면 하고 ….
동생은 답이 없다. 
없을 줄 알지만 그래도 가끔 다시 동생과의 대화창을 본다.
두보의  시구가 이런 내 마음과 같다 생각했다.

두보는 시의 첫 구에서 시간과 공간을 묘하게 나누며 독자를 환상 속으로 끌어들인다. 

昔闻洞庭水, 今上岳阳楼。
xī wén dòng tíng shuǐ, jīn shàng yuè yáng lóu 。
예부터 들어온 동정호인데
오늘에야 악양루에 오르네

옛날과 오늘을 나눴고, 
시 속에서 동정호를 동정의 물, 水라고 해 수평선과 악양루, 수직선을 대비시켰다.
마지막 구에서 두보는 지식인의 책임을 다한다.
다시 말하지만, 고통도 의식이 있는, 살아있는 자들이나 누리는 것이다.
두보는 의식을 읽어가는 저 편 아직 의식 있는 자들의 고통의 절규를 듣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만다.
나의 종말보다 더 슬픈 새로운 시작들을 보기에 …. 

戎马关山北, 凭轩涕泗流。
róng mǎ guān shān běi, píng xuān tì sì liú 。
관산 북쪽 전쟁터 말발굽 소리에
난간에 기대 사방에 눈을 뿌리네

이제 시를 다시 읽어볼 차례다. 

© and_she_clicked, 출처 Unsplash

글 = 박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