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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달라도 고독만은 같기에

怅望千秋一洒泪, 萧条异代不同时。 

chàng wàng qiān qiū yī sǎ lèi , xiāo tiáo yì dài bú tóng shí 。
江山故宅空文藻, 云雨荒台岂梦思。
jiāng shān gù zhái kōng wén zǎo , yún yǔ huāng tái qǐ mèng sī 。

역사 앞에 서 떨군 한 줄기 눈물
시대는 달라도 고독만은 같기에
동산 옛집 그대 향기 여전한데
그날 밤 나눈 사랑은 꿈이었던가

남자는 앞 구절에 반하고, 여자는 뒷구절에 반할 듯싶다.
결의가 무엇인지, 그리움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두보의 시 '옛 자취를 그리며 읊다'咏怀古迹5수 가운데 2수다. 이 다섯 시는 옛사람을 그리며 쓴 시다. 
2수는 초나라 명시인 송옥을 그리며 썼다.
소개한 부분은 둘째 시구 이후 구절이다.
부분만 떼놓고 현시점에서 읽어도 감정이 살아난다. 

송옥宋玉 BC290?~222? 은 굴원屈原 BC 343?~ 278?에게 사사한 초나라 대신이다. 대부까지 됐으나 실직했다.
굴원처럼 강직해 그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의 작품들은 '초사', '문선'에 기록돼 뒤의 이백, 두보와 같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소개한 구절의 세 번째 구절은 번역에 큰 아쉬움이 있다.
먼저 번역에서 뜻을 크게 바꿨다.
한문에서 보듯 향기라는 말은 없다. 文藻, 즉 문자가 화려하다는 뜻이다.
이 단어는 앞의 '故宅空', 빈 집과 이어져 낡고 빈 집에 문자만 화려하다는 뜻이 된다.
빈 집은 다시 앞의 '江山'와 이어져 의구함의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그냥 오래된 정도가 아니다. 
의구한 강산과 함께 한 그리 오래된 집이다. 

'江山故宅空文藻'

말 이 길었지만, 이 문장은 동산의 옛집은 모든 것이 낡았는데, 송옥의 글만은 여전히 화려하고 멋지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리 길게 설명을 해도 정확하게 시구의 맛을 전하지 못했다 싶다.
사실 서예를 알아야 이 문장의 맛을 정확히 안다. 

먹을 갈아 쓴 서예 작품에는 묵향이 그득하다.
좋은 글귀를 멋진 글체로 써 내려가면 그 향이 종이에 고착된다는 환상에 빠진다. 
서예에 빠지면 묵향은 코로만 맡는 게 아니다.
묵향이 문향과 동일시되면서 눈과 귀로도 맡는다. 
그리고
완성된 서예 작품은 마치 순간의 시간, 그 향기를 동결해 간직하는 후각, 촉각,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공감각적 작품이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누군가 그 작품은 보고 감탄을 한다. 

文藻!
글이 너무도 멋있구나!

무슨 의미일까?
글귀가 좋다는 의미인가? 서예 글체가 좋다는 의미인가?
정답은 
모두 다이다.

담긴 묵향도 좋고, 문장도 멋지고, 글체가 화려하다는 의미다. 
문장이 나쁘면 처음부터 작품으로 만들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묵향이 나쁘면 처음부터 작품이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체가 화려하지 않았으면, 그리 오래 보존되지 않았을 것이다.
서예는 글을 못 읽는 범인도 그 글의 가치를 알도록 한다. 뜻은 몰라도 글체의 화려함에서 그 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번역을 그냥 향기라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문의 화려함은 묵향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코로 맡는 묵향에서 시작해 눈과 귀로 보는 묵향으로 완성된다.
아쉬움은 번역이 좋았으면 이리 긴 구구절절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다른 시구도 좋지만, 다시 내용이 송옥으로 구체화된다.  

 

동영상으로 감상

http://www.iqiyi.com/w_19rrmdnvcd.html    

 

글 = 박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