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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우리 가운데 누가 여전히 건강할까?

 

蓝水远从千涧落, 玉山高并两峰寒。
lán shuǐ yuǎn cóng qiān jiàn luò, yù shān gāo bìng liǎng fēng hán 。
明年此会知谁健, 醉把茱萸仔细看。
míng nián cǐ huì zhī shuí jiàn, zuì bǎ zhū yú zǎi xì kàn 。” 

 

 

 

푸른 물 깊은 숲에서 흐르고
옥산 두 봉우리 높고 시린데
내년엔 누가 아직 건강할까
취해 수유 가지만 쳐다보네 

 

 

 

두보의 시 '중양절에 남전 최 씨 장원에서'구일남전최씨장九日蓝田崔氏庄이다. 
역시 두보의 차분하고 절제된 감성이 맛깔스럽다.

 

 

 


 

 

나이 들어 참석하는 초등학교 동창 모임은 해가 갈수록 서글퍼진다.
친구들의 어린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데, 나오는 이들은 모두 백발이 성성한 중늙은이들이다 
선배들에게 이 감성을 이야기하면 선배들이 한마디 한다. 

 

 

 

​“그래도 당신 그 나이가 좋아.
우리는 이제 매년 모임에 나오는 친구가 하나씩 줄어.” 

 

 

 

처음 동창회의 불참 이유는 대체로 병치레라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비보가 전해진다는 게 선배들의 전언이다. 

 

 

 

​“이젠 그 친구 못 나와.
지난해부터 암 투병을 했었잖아?
그게 이제 …” 

 

 

 

두보의 시는 더 처절하다. 모임에 한두 명씩 빠지는 게 아니라 왕창왕창 빠진다.
'아예 내년 모임에 누가 살아 나올까?'를 세는 게 빠르다.
병도 병이지만, 시절이 수상하기 때문이다.

 

 

 


 

소개한 부분은 시의 끝부분이다. 처음 시작도 참 좋다. 

 

 

​“老去悲秋强自宽, 兴来今日尽君欢。
lǎo qù bēi qiū qiáng zì kuān, xìng lái jīn rì jìn jun1 huān 。
羞将短发还吹帽, 笑倩旁人为正冠。
xiū jiāng duǎn fā huán chuī mào, xiào qiàn páng rén wéi zhèng guàn 。” 

 

 

 

남은 가을이 몇 번일까?
애써 마음 비워 맞는 가을
그래도 오늘은 흥을 내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네
모자 밑 머리 빗나와도
멋스러운 처지도 아니고
부끄러워 옆 친구에게
바로잡아달라 부탁하네 

 

 

 

늙어 맞는 가을이다. 이제 이 가을은 내게 몇 번이나 더 허락될까? 
슬프지만 애써 마음을 비워 맞는다.
마침 오늘은 9월 9일 중양절이다. 친구들과 산에 오르는 날이다. 
항상 산에 같이 산에 올라 술을 마셨다. 수유나무를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 줬다.
수유나무를 꺾어 머리에 꽂아 악귀를 쫓는 것은 당대 풍습이다.

 

 

 


 

 

왕유의 시 '9월 9일 산동의 형제들을 그리다'라는 시에도 같은 풍속이 나온다.
가족 수대로 수유 가지를 꺾어 산에 올랐다가 수유 가지가 남는 것을 보고 왕유가 그 자리 없음을 안다는 내용이다.

왕유의 시를 읽으면, 두보의 시 마지막 구절이 맛이 새롭다. 

 

 

​“醉把茱萸仔细看”  

 

 

취해서 그저 멍하니 손에 든 수유 가지를 자세히 본다.수유 가지는 본래 머리에 꽂는다. 그래서 쓴 모자가 헐거워지고, 벗겨질까 두려워 옆 사람에게 바로잡아달라 부탁까지 한다.
그런데 손에 아직 수유 가지가 있다니 ….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누군가의 수유 가지이다. 
그래 취해서 다시 본다. 그 수유 가지의 주인공을 그리는 게다.
마치 왕유의 시에 대한 또 다른 장면을 보는 듯 싶다. 
산 위에서 수유 가지를 들고 취해서 다시 들여다 보고 또 보는 가족의 모습이다.

'还吹帽'는 맹가낙모孟嘉落帽의 고사와 연관이 있다.
진 말의 선비이자 전략가였던 맹가가 워낙 풍모와 재능이 뛰어나 바람에 모자가 벗겨지고도 너무 멋있었다는 고사다.
두보는 스스로 그 정도 멋쟁이도 글 재주도 없어, 모자가 벗겨지기 전에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시의 마지막이 너무 멋있지만, 도입부도 너무나 좋다.
늙어 가는, '老去'와 흥이 오른, '兴来'가 묘한 대구를 이룬다.
감성도 앞은 비통 '悲'인데, 뒤는 즐거움 '兴'이다.

 

 

 


 

 

이제 시를 도입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본다.
다음 모임에는 수유 가지를 손에 드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천년이 넘는 세월을 넘어 전해진다.

글=청로(清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