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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멈과 이야기하고 노인과 헤어지다.

 

夜久语声绝, 如闻泣幽咽。
yè jiǔ yǔ shēng jué, rú wén qì yōu yān 。
天明登前途, 独与老翁别。
tiān míng dēng qián tú, dú yǔ lǎo wēng bié 。” 

 

 

 

밤 깊어 말소리 끊기고
소리 죽인 울음소리만 
다음날 아침 길을 나서며
홀로 남은 노인과 헤어졌네

 

 

 

기자 초년은 항상 사회부 사건팀에서 시작한다. 
새벽이면 맡은 경찰서를 돌며 사건 사고 당사자들을 인터뷰한다. 모두가 사연이 있고, 억울함이 있다.
시를 읽고 문뜩 떠오른 것이 기자 초년 시절의 모습이다. 

 

 

 


두보의 '석호촌의 관리'석호리石壕吏다. 
왜 많은 선비들이 두보를 이백 위에 두는지 이해하도록 하는 시다.
이백의 감성이 발라드에 머물렀다면, 두보는 발라드와 록을 자유로이 오가기 때문이다. 
록도 그냥 록이 아니라, 밥 딜러의 록이다. 특히 이 시가 그렇다.
한 편의 기사를 시로 썼다.
현장의 서러움이 생생한 데, 그 게 그냥 문장이 아니라 노래다.


 

어느 날 하루 기자 두보가 석호촌을 찾는다.
석호촌은 징병 문제로 시끄러운 곳이다. 지역 관리들이 주민들을 마구 붙잡아 부역을 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두보가 찾은 날도 관리가 한 집의 문을 두드리고 징병에 나선다.
한참을 두드려도 문이 열리지 않자, 관리가 강제로 열고 들어간다. 바로 그 순간 두보의 시각에 담장을 넘는 검은 인영의 뒷모습이 들어온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다.
"삑~삑!" 호루라기 소리 요란하더니, 관리가 하수들과 함께 노인네를 뒤쫓는다.
잠시 뒤, 할멈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소연이다. 

 

 

 

​“아이고, 관리 나리야
차라리 날 잡아가소
세 아들 징병 끌려가
한 아들 편지에 쓰길
두 아들이 죽었다네
산목숨은 이어야지
죽은 놈 어찌하겠소
집안이 절단이 났소
며느리 손자 있는데
옷이 없어 못 나서오
비록 늙어 힘없지만
나를 데려가소. 그럼 
밥이나 짓지 않겠소” 

 

 

 

그리 할멈의 울부짖음이 끝난다. 기자 두보는 한 자라도 놓칠까, 취재수첩을 꺼내 적는다.
곡은 할멈의 하소연이고, 운은 할멈의 훌쩍임이다.
그렇게 한 편의 시로 쓴 기사가 탄생을 했다.
기자 두보가 붓을 놓고 탈고한 기사를 송고한다. 다음날 전 조간이 받아쓸 1면 특종이다.

반전은 특히 위에 소개한 구절이다. 두보 기사의 맨 마지막 부분이다. 
그렇게 할멈의 하소연을 받아 적어 기사를 쓴 다음날 취재 현장 석호촌을 나서는 장면이다.
기자 두보가 작별 인사를 한 이는 하소연을 하던 할멈이 아니었다.
담장을 넘어 도망쳤던 할아범이었다.
할멈이 어찌 됐는지, 기사 속 글은 말하지 않는다. 행간에 담겨있을 뿐이다.
행간에 진실의 칼날을 감춘다. 읽으면 베이는 글, 기사의 최고봉이다.

 

 

 

 

 

언론사 입사 시험이 연말인 탓에 수습기자 생활은 추웠던 기억뿐이다.
소위 '사 츠마와 리', 새벽 경찰서 취재하기를 시작하려 잠을 잤던 2진 기자실을 나서면 언제나 찬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새벽 경찰서 유치장에는 술주정뱅이 싸움꾼들이 득실댔고, 병원 영안실은 언제나 서늘한 한기가 감돌았다.
그래도 그때는 세상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두보의 시가 그때의 기억을 깨웠다.

 

 


글=청로(清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