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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역시 고향 달이 밝은데.

 

戍鼓断人行, 秋边一雁声。
shù gǔ duàn rén xíng, qiū biān yī yàn shēng 。
露从今夜白, 月是故乡明。
lù cóng jīn yè bái, yuè shì gù xiāng míng 。” 

 

 

 

북소리에 인적 끊긴 밤
가을 끝 외기러기 울고
이제 서리 내리니, 달빛 더 밝겠지.
달빛은 역시 고향 달이 밝았는데. 

 

 

 

어려서 친구들과 함께 공놀이하던 마을 신작로는 정말 크고 넓었다. 한참 뛰어도 좋았다. 
훗날 다시 찾은 골목은 겨우 차 한 대가 지날 정도다.
"여기서 어떻게 놀았지?"
중년이 돼서 찾은 골목에서 문뜩 드는 생각이다. 그래도 기억의 저편엔 친구들의 고함 소리가 남아있다.
언제나 연중 때가 되면 생각나는 게 고향이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가족이고, 친구다.

많은 이들에게 어린 시절 고향은 다 크고 좋았다. 달빛마저 더 밝은 듯싶다.
두보의 '달밤에 아우를 생각하다'月夜忆舍弟다. 두보만의 절제된 감성이 역시 백미다.
중국 자료에 따르면 시는 759년 안록산이 대군을 이끌고 남하해 낙양으로 진공하던 시기 쓰였다고 한다. 
산동, 하남이 전란 속에 빠져들던 시점이다.

 

 

서리 내리고 날이 추워는 계절, 밤 불현듯 고향 생각이 난다. 헤어진 동생들이 그립다.  

 

이제 추워지는데, 방한을 잘 하고 있으려나?”  

 

 

혈육 간의 사랑을 흔히 '내리사랑'이라고 한다. 동생일수록 귀엽고, 아이일수록 더 사랑스럽다.
그래 손 위 순서대로 가는 게 천륜이다.
그것을 어긴 것이 천고의 비통이요, 단장의 비극이다. 얼마나 슬픈지 겪지 않은 이들은 모른다. 
말로는 닿지 않는 슬픔이다.
조선에서 이런 극한 슬픔을 두보와 같은 절제된 감성으로 글로 남긴 이가 있다. 

 

 

去年汝喪子, 今年吾喪汝. 父子之情, 汝先知之. 尙饗.”  

 

 

지난해엔 네가 아들을 잃더니만, 금년엔 내가 너를 잃었다. 
부자의 정을 네가 먼저 알았구나. 상향. 

 

 

 

조선조 영의정 김전金銓의 글이다. 아들을 잃고 쓴 제문이다. 
김전의 글은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稗官雜記에 소개됐고, 패관잡기의 글을 필자가 접한 것은
지난 2003년 8월 27일 자 조선일보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의 칼럼을 통해서다.
어숙권은 이 글에 대해,

 

 

​“只下兩語, 而情詞具到, 讀之可悲”  

 

 

단 두 마디를 남겼지만 그 정(情)은 그지없다.
읽으면 그 슬픔을 느낀다.

 

 

고 평했다. 정민 교수 역시 이 글에 대해 

 

 

​“장성한 아들을 앞세우는 그 슬픔이 어떠할까만 단지 18자만 쓰고 붓을 놓았다.
지극한 슬픔은 오히려 차분하다.
통곡하고 몸부림치는 것은 얕은 슬픔이다.
말속으로 눈물이 골골 타고 넘어간다. 표정을 잃은 그 앞에선 침묵만 맴돈다.
아들아! 자식 떠나보내는 슬픔을 네가 나보다
먼저 맛보았구나. 그때의 네 마음을 내가 이제야 알겠구나! 
아, 슬프다. 상향” 

 

 

두보는 시에서 이렇게 하소연한다.  

 

 

​“有弟皆分散, 无家问死生。
yǒu dì jiē fèn sàn, wú jiā wèn sǐ shēng 。
寄书长不避, 况乃未休兵。
jì shū zhǎng bú bì, kuàng nǎi wèi xiū bīng 。” 

 

 

 

헤어진 동생아 어디에 있니?
생사조차 물을 곳이 없구나.
편지를 써도 어찌 전할까?
아직 전쟁도 끝나지 않았는데.

 

 

 

역시 딱 20자다.
사실 개인적으로 동생을 앞세우고 보니, 그 아픔이 절절히 와닿는다.
그냥 슬프다. 말할 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