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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잔 들 힘조차 없을 때

 

万里悲秋常作客, 百年多病独登台。
wàn lǐ bēi qiū cháng zuò kè, bǎi nián duō bìng dú dēng tái 。
艰难苦恨繁霜鬓, 潦倒新停浊酒杯。
jiān nán kǔ hèn fán shuāng bìn , liáo dǎo xīn tíng zhuó jiǔ bēi 。” 

 

 

 

만리타향 슬픈 나그네 인생
병든 몸 홀로 정자에 오르네
고생에 찌든 백발이 한가득
힘없어 술 채운 잔만 보네. 

 

 

 

거지 차림의 백발노인이 산 정자에서 술을 마신다. 아니 따라 놓고 잔을 들지 못한다.
떨리는 손이 떨어뜨릴까 겁이 났기 때문이다.
처량한 정도를 이렇게까지 묘사할 수 있을까? 보이는 이의 가슴을 저미는 장면이다.

 

 

 

 

 

두보의 시 '높이 오르다'登高다. 주관보다 객관적인 서정이 특징이다. 
서글픈 노인을 보는 이의 감성이 서술돼 있다. 주관적 감성은 느껴지는 것이고, 객관적 감성은 이해되는 것이다.
직접 경험해 느낀 감성이 아니라 보고 듣고 느낀 감성의 차이다.
두보 시에는 모든 감정도 성실하게 관찰된다. 흔히 두보의 시를 "인생에의 성실이 그 원동력이기에 이러한 시대상을 그대로 비춘 실록"이라는 평한다. 두보 시를 읽다보면 절로 수긍이 되는 평이다.

 


이 시가 이런 평을 대표한다. 시는 산꼭대기 정자에서 본 정경을 묘사하는 데서 시작된다. 

 

 

​“风急天高猿啸哀, 渚清沙白鸟飞回。
fēng jí tiān gāo yuán xiào āi, zhǔ qīng shā bái niǎo fēi huí 。” 

 

 

 

가을 하늘 된바람 불고 원숭이 슬피 우는데,
맑은 강물 하얀 모래톱엔 흰 새만 오가네. 

 

 

 

앞의 넉 자들은 모두 2-2 구조로 멈춰진 정경을 묘사했고 그 뒤 세자를 이용해 생동감 불어넣었다. 
시 전체가 이런 구성으로 문장이 이뤄져 있다. 교묘한 문장 구성이다. 
'猿啸哀'과 '鸟飞回' 자연스럽게 대비를 이룬다.
하나는 땅의 동정이고, 하나는 하늘의 동정이다. 하는 슬프고, 하나는 한가롭다.

 

 

이런 화상 속에 저 멀리 조그만 점이 등장한다. 점점 커지는 게 등 굽은 노인네의 모습이다. 

 

​“万里悲秋常作客”  

 

 

낡은 옷에 백발이 성성한 모습이 어제오늘 떠돈 것이 아니다. 
노인은 바람을 피해 산꼭대기 정자에 오른다. 
저 멀리 산 노을 지고, 이는 바람에 낙엽이 흩날린다. 
기둥에 등을 기댄 노인은 그렇게 한없이 먼 산을 본다. 노을이 노인의 얼굴에도 기린다. 
고운 얼굴선은 젊은 시절 그가 거친 일을 하던 사람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노인이 해어진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술과 술잔이다. 

 

 

술을 따르는 손이 마구 떨린다. 술을 따르고 노인은 차마 잔을 잡지 못한다. 
떨리는 손이 떨어뜨릴까 겁이 난 것이다.
한동안을 기다려 손 떨림이 잦아지자 술을 한 잔 겨우 마신다. 다시 술병을 잡고 술을 따른다.
손은 처음보다 더욱 떨린다. 술잔에 술을 제대로 따르지 못할 정도다.
아예 술도 잔도 놓고 노인은 기둥에 기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여명에 비친 노인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두보의 눈물이다. 
지켜본 시인도 울고, 1500여 년의 시공을 넘어 시를 읽은 독자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