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을 건 오늘의 우리뿐인데 …. 비파행1

2018.08.27 13:28:07

同是天涯沦落人, 相逢何必曾相识!
tóng shì tiān yá lún luò rén, xiàng féng hé bì céng xiàng shí!
우리 어차피 한 세상
왔다가는 인생인데, 
만났으면 그만이지
옛일 알아 무엇하랴!

삶이 그런 것 아닌가요?
그저 왔다
그렇게 가는 것 아닌가요?

우리
만난 지금, 
이 순간이 전부지,
옛날의 그대가,
옛날의 제가
무엇이 중요한가요?
내일 
우리 헤어지면,
우리 서로 그리는 게, 
오늘의 저요,
오늘의 
그대뿐일텐데….

참 곱다.
딱딱한 한자로 긴 이야기를 읊으면서,
어찌도 
이리 고울까? 

 

 

 

 

 

 

 

 

 

 

 

백거이의 비파행이다.
악부체로, 816년 작이다. 백거이가 44세 때 작품이다.

한 구절 한 구절에 음을 담았다.
왕유의 시가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는 경지라면,
백거이의 비파행은
시 속에 음이 있고,
음 속에 시가 있는 경지다.
그 소리도 그냥 소리가 아니다.

때로 얼음 밑을 흐르는 봄날의 시냇물 같고,
때론 용트림하는 
대양의 거친 파도만 같은
그런 소리다.

또  때론 
음이 자지러들어 들어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음이 없는 게 아니다.
더 많은 음이 있지만,
소리가 없을 뿐이다.
귓속에 더 많은 이야기가 들린다.
바로 무음이 유음을 이기는 경지,
극한 음은 성이 없다는 경지다. 

 

 

 

 

 

 

 

 

 

 

 

 

© scaitlin82, 출처 Unsplash

글로 표현한 음악이 이 비파행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소개한 부분은 백거이 비파행 가운데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이다.

비파행은 고적한 강가에서 시작한다. 

浔阳江头夜送客, 枫叶荻花秋瑟瑟。
xún yáng jiāng tóu yè sòng kè, fēng yè dí huā qiū sè sè 。
이 밤 강가에서 친구와 이별을 할 때
낙엽, 억새풀 꽃 가을바람에 우수수

이별의 정취에 
어찌 이리 꼭 필요한 요소들만 있을까?
문장의 끝엔 그저 바람 소리만 남겼다.
'써~써, 쏴~쏴' 

 

 

 

 

 

 

 

 

 

 

 

 

© blancotejedor, 출처 Unsplash

친구를 송별하기 위해 나온 가을 강가다.
벌써 가슴 한 귀퉁이가 낙엽처럼 휩쓸려 가는 듯싶다.

이별의 술잔을 나누는데, 음악이 없다.
아쉬움에 머뭇거릴 때,
어디선가 비파 소리가 들린다.
누굴까?
묘령의 여인이다.
수줍은 듯 고개를 들지 않고 비파만 탄다.

여인의 비파 연주는 절묘하기 이를 때 없다.
감탄을 금치 못해 배에 불러 
다시 연주를 청하고
작은 연회를 베푼다.

그리고 궁금해 그녀가 누군지 묻는다.
본디 유명한 기녀였으나,
나이 들어 상인과 결혼했다가 혼자의 몸이 됐다.

소개한 구절은 여기서 백거이가 기녀에게 한 말이다.
"우리 어차피 하늘 아래 떠돌이 아니던가.
그대여, 
어떤 사연이 있던 무슨 상관인가.
우리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백거이 비파행의 절묘함은 글로 표현한 음악 부분이다.
시가 아니다.
그 자체가 마음으로 듣는 음악이다.
눈에 그려지는 화음이다.

첫 소개를 하면서 비파행에 담긴 서사 부분을 그저 설명만 했다.
시를 읽으면서 서사는 빼고 
눈에 보이는 음악만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이제 정말 비파행을 다시 읽을 차례다. 

 

비파행 출처-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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